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 여자입니다. 처음으로 판에 글을 써보게 되었는데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할테니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별거를 시작하여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이혼을 하셨습니다. 이혼 사유는 크게 두가지 정도로 가장 큰 부분은 아빠가 작은 회사의 임원으로 계셨는데 그 회사가 부도 직전까지 상황이 안좋아지자 아빠는 회사 사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엄마 몰래 돈을 갖다 썼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부도가 나게 되었고 결국 저희는 빚더미에 앉게 되었어요. (나중에 거래처와의 소송 등을 통해 어느정도 문제 해결은 되었으나 이미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그 후에도 많이 싸우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도 엄마가 느끼셨을 배신감과 상처를 너무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두번째는 엄마의 알콜중독입니다. 술을 하루라도 안마시면 견딜 수 없고 항상 취할 때까지 마시는 엄마에게 아빠가 질려버리게 되면서 이러한 두가지 이유로 두분은 이혼 하셨습니다. 가장 큰 결격 사유(금전적인 문제)는 아빠에게 있었기 때문에 엄마가 아빠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혼 하셨습니다. 저와 남동생은 100일 때부터 친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에도 쭉 친가에서 자랐습니다. 다행히 조부모님 두분 모두 저와 동생을 정말 너무나도 아껴주셨고 사랑으로 키워주시고 계십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비참함을 느끼는 첫번째 이유는 엄마 때문인데요, 저에게 돈을 아끼려고 하는게 너무 눈에 보입니다. 밥을 먹을 때도 배달을 시켜 먹을 때도 항상 딸에게 맛있는 거, 더 좋은 거 먹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돈 아끼는게 더 중요합니다.(그렇다고 엄마가 소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 중이시고 자신의 술값은 아까워하지 않으세요.)
그리고 항상 더 좋은 것은 엄마가 가지려 하십니다. 전 물욕이 많은 편은 아니라 그럴 때마다 엄마께 양보하는데, 그럴때마다 비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딱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돈을 아끼시고 자기는 부모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예: 고3 때 학원, 과외 알아보는 것부터 모든 것을 아빠와만 해결해야 했습니다.) 저에게는 딸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예: 엄마에게 자주 전화할 것, 옷이 예쁜게 있으면 제것과 엄마것을 같이 구입할 것 등)을 요구합니다. 다른 친구들의 엄마들은 딸을 며칠만 못봐도 보고싶어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거 챙겨주지 못해 안달이던데…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 비참해집니다.)
고3 때 독서실 책상 하나 가지고 싶다고 엄마께 3일 정도 고민고민 하다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빠는 저랑 동생의 학원비부터 시작해 치과 교정 비용 등 모든 것을 부담하시기 때문에 아빠께 요청하기가 죄송스러워 엄마께 얘기했는데 ’아빠한테 사달라고 해 그걸 왜 엄마한테 얘기해?‘ 라고 대답하셔서 큰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혼 했고, 아빠가 너무너무 미울 수 있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말해야하나 싶어서 그뒤로는 더 필요한 것이 생겨도 요청하지 않습니다.. 동생도 아이패드를 엄마께 요청했다가 ’엄마도 돈 없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해서 결국 아빠가 구매해주셨습니다….
제가 비참함을 느끼는 또다른 이유 한가지는 새엄마 때문입니다. 친엄마와는 너무 비교가 될정도로 새엄마는 따뜻하고 좋은 분이셨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느껴본 기억이 많지 않은 저를 딸처럼 예뻐해주셨고 저도 그분을 엄마로 믿고 따랐습니다. 문제는 아버지와 관계가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 자주 싸우시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 나쁜 티가 나십니다. 예를 들어, 항상 저와 다정하게 하던 통화를 아빠와 싸운 날은 얼른 끊고 싶어하는 티가 나고, 카톡 말투에서 티가 나고 등등 이제는 새엄마의 말투와 행동만으로도 아빠와 싸우셨구나를 눈치챌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 나열하긴 어렵지만 예를 들어 아빠와 싸우신 날, 이 상황을 모르고 있던 저에게 대뜸 아빠 나가 살기로 했어. 엄마도 이제 힘들어. 다 각자 살아. 라는 등의 통보식으로 연락하기도 하십니다.
저는 새엄마가 끝까지 제 엄마로 계셔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아빠께 ‘새엄마한테 잘해라’하는 잔소리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이 챙겼다고 생각합니다. 아빠와 싸우는 횟수가 많아지게 되자 저랑 새엄마는 오랜기간 연락도 아예 안하고 지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하시는데 결국 연락이 최근 다시 닿은 이유도 아빠와 싸우시고 한탄할 겸 통화를 한겁니다. 이런 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무 티가 나다 보니 이제는 너무 불안에 떠는 제모습이 보입니다. 새엄마와 같이 있을 때도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게 됩니다. 새엄마가 제 전화를 여러통 안받은 날은 차단 당했나? 아빠랑 싸워서 날 차단했나? 싶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고 불안해집니다.
이렇게 제가 비참함이 드는 이유는 새엄마와 친엄마 두분을 모두 너무 사랑해서 일까요? 제가 어쩔 수 없는 부모님의 일에 일희일비 하고 싶지 않은데 그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이런 상황에서 비참함과 쓸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지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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