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추억얘기

공지사항 24.02.06
일단 저는 24살 여성이에요

저는 중학생 때는 친구들과 굉장히 원만하게 잘 지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많이 내성적이던 성격과 여러가지 일이 겹쳐, 결과적으로는 3년 내내 반에서 겉돌았어요. 그런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던 것도 아니었고, 얼굴이 그리 예쁜 편이 아니어서, 정말 웹툰에서 나올법한 '반에서 혼자서 휴대폰 들여다보면서 웃는 찐따 오타쿠' 이미지가 매우 강했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안 그러지만...
그런데도 저에게도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괜히 뭉클한? 기분이 드는 일이 있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무렵이네요. 그때도 저는 여전히 반에서 겉돌던 아이였고, 5월 넘어가니 반 아이들에게도 더이상 큰 관심은 안 쓰게 되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착해서 저를 내심 신경써주기도 하였어요.

그러다가 7월이 되고, 학교에서 여름방학 기간에 운영하는 여름방학 야간자습을 신청하게 되었어요. 그렇게라도 앉아있어야 왠지 공부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ㅎㅎ 그렇게 야간자습을 하던 와중에, 유독 피곤한 날이 있었어요. 보통은 그래도 억지로라도 깨어보려 하는데, 그날은 노력해도 안될 정도로 피곤하더라고요. 선생님도 안 오시는 시간대라 잠깐 엎드렸어요.
그런데 같은 반에서 야자하던 친구가 제 등을 두드려주더니 이거 먹고 같이 힘내자고 사탕을 하나 주더라고요.

솔직히 많이 놀랐어요. 그 친구랑은 평소에는 말을 거의 섞지 않던 사이였거든요. 그 친구는 저랑 완전 정반대의 삶을 살았거든요. 전교 상위권에 운동부 주장까지 하는 데다가 성격까지 좋아서 전교생에게 호감을 사는, 진짜 어디 만화에서 나올법한 요소를 다 갖춘 아이였어요. (대학교도 좋은 곳에 붙어서 반에서 쫑파티를 하기도 했었어요.)

얼떨떨한 마음으로 사탕 받으면서 고맙다고 말하고 일어나서 그거 먹으면서 다시 공부했었네요... 그 마음이 고마워서, 다음날 매점에서 사탕을 사서 고맙다고 인사도 전했어요.

그러고 한동안은 접점이 없었어요. 애초부터 친하지도 않았고, 수능도 얼마 안 남은 시점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수능이 끝나고 제가 논술 시험을 치게되어, 학교가 마친 다음 논술 학원에 가려고 교문을 나섰을 때, 그 친구가 갑자기 저에게 인사를 하면서 뛰어오더라고요. 평소에 말도 거의 안 섞다가 갑자기 뛰어오길래 당황했지만, 일단 인사를 받아줬어요. 그러더니 마침 가는 길도 같은 것 같으니 같이 가자는거에요. 거절할 이유도 없었으니 그냥 같이 갔어요.
가면서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지금 어디가냐, 수능 고생 많았다. 등등... 사실 얘기 절반에 걔가 다른 친구에게 인사하는 것 절반이었던 것 같아요. 걔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역시 인기인
그러다가 중간에 가는 길이 달라서 헤어지고, 그 뒤로는 또 말을 섞어본 적이 없네요. 겨울방학 전까지는 저는 교실 밖에서 놀던 사람이었고,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도 제대로 못한 사람이었어서 졸업식 때도 거의 대화를 못했어요.

그 친구가 제게 왜 말을 걸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같은 반 친구니까 한 번 말 걸어본 것일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반 친구니까 그냥 한 번 사탕 줄 수도 있고, 가는 길 같으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것일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학교에서 거의 겉돌다시피 하던 저한테는 그런 소소한 관심도 굉장히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연락처도 하나 없고, 그냥 스쳐지나갔던 학창시절의 인연이지만, 살아가다 문득 떠오르는 추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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